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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0

AI 도구를 여러 개 쓰는데도 왜 일은 그대로일까요?

AI 도구를 여러 개 쓰는데도 왜 일은 그대로일까요?

어느 대표님 책상에 브라우저 탭이 다섯 개 떠 있었습니다. 대화형 AI, 이미지 생성 도구, 디자인 툴, 문서 작성 도구 — 전부 유료로 구독해 쓰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상세페이지 한 장에 일주일을 쓰신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모순처럼 들리실 겁니다. 도구를 그렇게 많이 쓰는데 왜 안 빨라질까요. 저는 이 모순 안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비슷한 걸 다른 회사에서도 봤거든요.

첫 번째는 화장품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하는 회사였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이게 다 나눠져 있어요. 예닐곱 단계를 계속 거치는 거예요." 챗봇에서 문구를 뽑고, 그걸 다시 이미지 도구에 넣고, 완성된 조각들을 디자인 툴로 옮겨 붙이고 — 도구 하나하나는 제 몫을 훌륭히 해냅니다. 문제는 그 사이, 결과물을 사람이 손으로 복사해서 다음 도구로 옮기는 구간이었습니다. 그 구간은 어느 견적서에도, 어느 공정표에도 안 잡힙니다. 그런데 하루의 대부분이 거기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 회사 얘기입니다. 원래 하던 무역업에서 카탈로그 하나를 만드는 데 "명목상 네다섯 시간"이라고 적어뒀던 일이, 실제로는 하루를 다 잡아먹더군요. 이유를 뜯어보니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도구를 바꿀 때마다 제 머리를 다시 셋업해야 했습니다. 이 업계 용어로는 "컨텍스트 전환"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그냥 제 뇌가 어딘가에 묶여서 정지돼 버렸다고 느꼈습니다.

세 번째는 환경설비를 만드는 제조사였는데, 여기는 좀 다른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SNS 콘텐츠를 담당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반복 작업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힘든 건 매번 백지에서 다시 구상하는 거였습니다. 전임자가 남긴 템플릿 하나로 계속 돌리고 있는데, 그 템플릿 바깥으로 못 나가는 겁니다. 도구는 있는데, 그 도구가 새 형식을 스스로 제안해주지는 않으니까요. 이 경우엔 완성본을 하나 드리는 대신, 고를 수 있는 구성안을 여러 벌 만들어 드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반복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는 그 부분만 없애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특정 회사 얘기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반복해서 들은 겁니다. "어느 순간 얘가 산으로 간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기존에 넣어둔 데이터가 있으면 다시 시작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요. 이건 AI 성능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화 하나가 끝나면 그 안에 쌓인 맥락도 같이 끝나버리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도구가 부족해서 느린 게 아니라 도구와 도구 사이, 그러니까 사람이 자료를 손으로 옮기는 구간이 비어 있어서 느린 것입니다.

네 회사 다 업종이 다르고 통증이 나타나는 얼굴도 달랐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같은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도구와 도구 사이요. 각 도구를 공장의 설비라고 하면, 설비는 다 최신인데 설비 사이를 이어주는 컨베이어가 없는 셈입니다. 반제품을 사람이 손에 들고 다음 기계까지 날라야 하죠. 좋은 설비를 하나 더 들이면, 날라야 할 구간이 하나 더 늘어날 뿐입니다. 설비 하나하나를 보면 다 옳은 결정입니다. 그런데 그 결정을 몇 번 반복하면, 공장 안에 컨베이어 없는 구간만 계속 늘어납니다.

시스템은 이 나르는 구간을 없앱니다. 한 번 넣은 정보가 다음 단계로 스스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도구를 몇 개 쓰시냐고 여쭤보는 대신, 자료가 도구 사이를 어떻게 건너가는지부터 봅니다. 물어봐서 바로 답이 나오는 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어... 그냥 복사해서 붙여요"에서 말이 멈추더군요. 그리고 그 대답 자체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복사해서 붙인다는 건, 이미 그 자리에 사람이 하나 서서 나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새 도구를 하나 더 들이기 전에, 이 세 가지를 먼저 여쭤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이 도구가 만든 결과물이 다음 도구에 자동으로 넘어가나요, 아니면 사람이 복사해서 옮기나요. 옮기는 손이 있다면 그게 바로 컨베이어가 없는 구간입니다.

둘째, 어제 만든 결과물을 오늘 다시 열어서 이어서 쓸 수 있나요, 아니면 매번 새로 시작하나요. 매번 새로 시작한다면 그건 도구가 아니라 세션이 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이 도구를 쓰는 사람이 바뀌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나요, 아니면 그 사람 머릿속에만 있는 요령이 있나요. 요령이 사람 머릿속에만 있다면,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일도 같이 멈춥니다.

세 개 다 "아니요"에 가깝다면, 도구를 하나 더 늘리기 전에 사이부터 먼저 보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게 모든 회사에 다 맞는 순서인지는 저도 확신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본 곳들은 그랬다는 정도입니다. 도구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도구를 더 사는 것과, 그 도구들 사이를 잇는 것은 전혀 다른 결정이라는 걸 매번 다시 깨닫습니다.

밸러브리지(ValorBridge)는 IT 26년·3개국어에 능통한 비즈니스 전문가, 구승회(Kay S. Koo)가 이끄는 AI 워크플로우 회사입니다. IT 담당자가 없는 중소·중견기업의 반복 업무를, 사람이 붙어 있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가는 워크플로우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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