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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고객 자료를 다 받았는데, 왜 중요한 것은 빠져 있을까요?

고객 자료를 다 받았는데, 왜 중요한 것은 빠져 있을까요?

자료를 다 받았다고 생각한 날에,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이 그 안에 없었던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빠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빠진 게 안 보여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있는 자료는 폴더에 쌓이고 목록에 적히는데, 없는 자료는 어디에도 적히지 않거든요.

얼마 전 한 고객사의 업무 시스템을 만들면서 이런 일을 네 번 겪었습니다. 한 번은 제 추론이 틀렸고, 한 번은 들은 말을 흘렸고, 한 번은 빈칸을 뭉뚱그렸고, 한 번은 아예 목록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모양은 다 달랐는데 끝은 같았습니다. 누락된 것을 한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첫째는 몇 건만 보고 "없다"고 말한 일입니다.

고객께 받은 업무 기록 몇 건을 살펴보다가, 이런 경우는 없다고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받은 기록 어디에도 안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다음 날 그 몇 건이 전체의 일부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고, "없다"로 끝나는 결론을 전부 지웠습니다.

그때 하나를 제대로 배웠습니다. 일부 자료로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어도, 무엇이 없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습니다. 기록 몇 건에 어떤 경우가 한 번이라도 나오면 그건 분명히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안 나왔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죠. 그냥 제가 받은 몇 건에 안 들어 있었던 것뿐입니다.

자동화에서는 이게 한층 더 위험합니다. "이런 경우는 없다"는 전제로 만든 시스템은 그 경우가 처음 들어오는 날 조용히 틀린 답을 냅니다. 사람은 처음 보는 경우 앞에서 한 번 멈칫하는데, 시스템은 멈칫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없다"는 결론은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의심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행히 보고서를 쓰기 전이었습니다. 그보다 조금 앞서 이런 비율은 숫자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정해 둔 게 있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저를 살렸습니다. 숫자로 한 번 나가면 그 뒤로는 사실처럼 인용되니까요.

둘째는 자료를 주시면서 어디를 보라고 하셨는지를 놓친 일입니다.

판단 기준을 정리한 자료가 있으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대표님이 자료 대신 참고할 곳 하나를 알려 주셨습니다. 저는 그걸 참고처로 저장해 뒀고요. 나중에 미팅 기록을 다시 보니 대표님은 그 얘기를 하시면서 같은 취지의 말씀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계셨습니다.

그 말씀이 사실상 이 시스템이 풀어야 할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설계 초안은 받은 자료에 적힌 것만 다루고 있었고, 그 말씀이 가리키던 판단은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초안 단계에서 알아채서 다행이었지만, 자료는 받았는데 그 자료의 어디를 보라고 하셨는지를 흘려들은 겁니다.

돌아보면 그 말씀을 못 들은 건 아니었습니다. 기록에 몇 번이나 남아 있었으니 그 자리에서 분명히 들었을 겁니다. 다만 그때 저는 기준표를 기다리고 있었고, 기준은 당연히 표로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표가 아니라 말로 건네진 기준은 기준으로 안 보였던 거죠.

고객이 자료를 건네실 때는 무엇을 주셨는지보다 어디를 보라고 하셨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파일은 저장되지만 그때 하신 말씀은 저장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자료를 받으면 파일과 함께 그 말씀을 한 줄 같이 적어 둡니다. 어느 자료를 두고 하신 말씀인지까지 붙여 두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열어 봐도 그 자료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같이 남더군요.

셋째는 빈칸을 한마디로 뭉뚱그린 일입니다.

확인이 안 된 내용은 그럴듯하게 채우지 않고 비워 두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그건 지켰습니다. 문제는 화면이 그 빈칸들을 전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한 문장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직 받은 자료가 없어서 빈 칸과, 자료는 있는데 아직 고르지 않아서 빈 칸이 같은 말로 나오고 있었죠.

빈칸 여러 개가 한 목록에 같은 말로 섞여 있으면 사람은 그걸 한 덩어리로 봅니다. 아직 덜 됐구나, 정도로요. 그러면 그중 몇 개는 제가 채울 수 없고 고객께 여쭤봐야만 채워진다는 사실도 그 덩어리 속에 같이 묻힙니다.

둘을 갈라서 "아직 없습니다"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로 따로 보여 주자, 고객께 여쭤봐야 할 것이 딱 두 건으로 좁혀졌습니다. 그전까지는 여러 빈칸 속에 섞여 있어서 어느 게 고객 몫인지 보이지 않았거든요. 비워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왜 비었는지가 다른 말로 보여야 빈칸이 일을 합니다.

넷째는 정하지 않은 일을 목록에서 지운 일입니다.

진행 중인 일을 한 장에 모아 두는 일정표가 있습니다. 거기서 "승인 대기"인 일들을 저는 아직 할 일이 아니라고 보고 빼 두었습니다. 할지 말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일정에 올리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누락을 찾는 점검도 "빠진 것 없음"이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하나하나 대조해 보니 여덟 건이 빠져 있었습니다. 점검이 고장 난 건 아니었습니다. 그 점검은 번호가 문서 어딘가에 적혀만 있으면 있다고 봤는데, 제가 빼 둔 일들도 문서 어딘가에는 번호가 적혀 있었거든요. 할지 말지를 정하는 일도 할 일입니다. 승인 대기는 목록에서 뺄 이유가 아니라 그 줄의 상태일 뿐이었습니다.

이게 무서운 건 목록이 깨끗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빠진 것 없음"이라는 점검 결과까지 붙어 있으니 누구도 다시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 건은 왜 목록에 없어요?"라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정해지지 않은 일은 목록에서 사라지는 순간 정할 사람도 같이 사라지더군요.

네 장면을 겹쳐 보면 같은 모양이 나옵니다. 있는 것은 세어지고 목록에 올라가는데, 없는 것은 셀 대상에 처음부터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없음"이라는 결과는 늘 두 가지로 읽힙니다. 정말 없거나, 제가 안 봤거나요. 겉으로는 둘이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결과를 볼 때 무엇이 있는지만큼 무엇을 아예 세지 않았는지를 같이 봅니다. 점검 결과가 0건이면 그 점검이 무엇을 세는 점검인지부터 확인하고요. 0이라는 숫자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데, 무엇을 셌는지 모르는 0은 사실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빈자리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찾으려고 들면 끝이 없고요. 다만 "없다"를 사실로 적기 전에 한 번 멈추는 자리만 있어도 대부분은 걸리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이 네 가지를 확인합니다.

1. 이 "없다"는 전부를 보고 한 말이에요, 받은 몇 건만 보고 한 말이에요? 몇 건만 봤다면 "없다"가 아니라 "아직 못 봤다"로 적습니다.

2. 자료를 주시면서 어디를 보라고 하셨어요? 파일과 함께 그 말씀을 한 줄 적어 둡니다.

3. 이 빈칸은 자료가 없어서 빈 거예요, 아직 안 정해서 빈 거예요? 앞의 것은 받아 와야 하고, 뒤의 것은 정해 주실 분이 따로 있습니다.

4. 할지 말지 아직 정하지 않은 일도 목록에 남아 있어요? 정하는 일도 할 일이라, 남아 있지 않으면 아무도 정하지 않습니다.

네 가지를 다 지켜도 빈자리를 다 찾는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몇 번은 제가 찾은 게 아니라, 이상하다는 한마디를 듣고서야 찾았거든요. 질문 목록을 늘리는 것보다 그런 한마디를 흘려듣지 않는 쪽이 더 중요한 건 아닌가, 요즘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밸러브리지(ValorBridge)는 IT 26년·3개국어에 능통한 비즈니스 전문가, 구승회(Kay S. Koo)가 이끄는 AI 워크플로우 회사입니다. IT 담당자가 없는 중소·중견기업의 반복 업무를, 사람이 붙어 있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가는 워크플로우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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